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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9/17 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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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꿈을 꿨다.  무서운 꿈이라고 해야 할까, 슬픈 꿈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내용은 이렇다.

알고 보니 우리 귀여운 재서가 우리 아들이 아니었다. 병원의 실수로 나와 아내가 나은 아이는 우리의 품 안으로 오지 못하고, 어느 길거리의 사람에게 넘겨졌고, 재서는 남의 아기라는 것. 다행히 찾은 나의 친아들은 어려운 사정에 마치 어느 극빈국의 아이처럼 얼굴은 검게 타고, 바싹 마른 몰골을 하고 있었다. 그 아이를 데리고, 다시 반호프 SBB의 에스컬레이터를 여느 때처럼 타고 가고 있었다. 늦게나마 아들을 찾은 안도감이 짙게 깔려 있었지만, 재서가 너무 보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다. 아내에게 울면서 재서가 너무 보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동의한다는 아내의 미소. 에스컬레이터가 끝나는 무렵, 우리는 재서를 다시 입양하기로 하면서 그 반가운 감정으로 꿈은 끝이 났다.

어휴... 우리 귀여운 아들... 보고 싶다...  벌써 못 본지 18일째... 잘 지내고 있겠지?

 
Posted by 모모씨
2011/09/12 0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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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시작이다. 또. 또.

또 또 또 뭔가 변했기 때문이다. 지난 9개월간..? 

심지어 애아빠다, 이제는. 학교도 졸업했다. 더 이상 낭비의 제국, 풍요의 상징인 미국에 살지도 않아. 이제 나는 바젤에 살아. 내 인생은 도전의 연속이라기 보다는, 부모님이 늘 도와주시이기 때문에 굴곡도 없는 인생임에도 늘 무언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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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스 디킨스가 말하길,
I never could have done what I have done, without the habits of punctuality, order, and diligence, without the determination to concentrate myself on one object at a time. 

제기랄. 요즘 나의 마인드는, 음, 맘에 드는 일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닌데, 인생의 최소한의 쾌락을 보장받으려면, 하루에 8시간씩은 자줘야 하지 않겠어? 하는 식이다. 맘에 들지 않는 일이면 때려쳐라! 때려치고 싶지 않다면, 어떻게든맘에 드는 일을 해라! 앉아서 인터넷질이나 하다가, 뭐먹지 저녁 대신 맥주랑 감자칩이나 씹다 자야지, 하는 류의 쓰레기 같은 정신 상태에서 벗어나란 말이다!

스스로를 다그쳐야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머릿 속에는 더 많은 것들이 축적되었는데, 나는 생각을 하지 않으며 살고 있다.  진짜다.  더 이상, 이 인생을 낭비하고 싶지 않으면. 앞을 보고 옆도 보고 뒤도 보고 살아야 할 것 같다. 여덟시간을 자더라도,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여덟시간을 자겠다.  무턱대고 안 자겠다는 소리는 하지 않는다! 아들이 너무 귀엽다고, 머리가 흐릿해 져서는 안된단 말이다! 정신 차려. 똑바로 살아. 두 눈 부릅뜨고. 한발짝 잘못 미끄러지면, 끝장나는 수가 있다. 


오늘. 아무도 나한테 신경쓰지 않지만, 나는 혼자 다짐해본다. 


 
Posted by 모모씨
2010/12/13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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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했다. 

처음(이자 아마 마지막으로) 해본 소위 디지털 스튜디오. 건축이 다루어야 할 중요한 문제들을 대부분 무시하고 오직 maya의 capability에 의존해서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에만 집중했다. 어떤 건축인들의 입장에서 본다면 욕을 들어먹어야 마땅한 성향일 테지만. 학교라는 환경에서 한가지 문제에 집중해 보기로 하는 것에 굳이 반기를 드는 것 또한 생산적이지는 않다고 본다. 

졸업하기 전에 한번즘, 나 자신이 가지고 있는 형태 어휘의 제약을 넘어 보고 싶었다. 이미 마야 스튜디오에 익숙한 다른 애들보다 잘할 자신은 없었지만, 중간치기 정도라도 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임했다. 어느 순간에 이 정도했으니 중간은 되겠다 하는 느낌이 들어서 살짝 김이 샜는지, 모든 진을 다 빼서 불살렀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제법 성실하게, 매일같이 열심히 했다. 안타깝게도 스스로 좋은 프로젝트였다고 행복해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나쁘지도 않은 프로젝트, 한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두뇌의 이곳 저곳을 자극했던 한 학기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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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야라는 툴에 나 자신을 노출시킨 것은 아마도 긍정적이었다고 봐야할 듯. 지금껏 거쳐온 건축 툴들 중에서 가장 많이 써온 것은 autocad와 rhino였는데, 여기에 하나 더를 추가했달까. 무기는 많을수록 좋으니까 일단 좋은 거고, 캐드/라이노랑은 현격히 다른 방식으로 형태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 진짜로 좋은 거고. 

캐드나 라이노는 점-선-면으로 차원을 증가시키면서 변수를 입력해서 형태를 정의하는 방식이다. 데카르트 좌표, 길이, 방향에 의존해서 형태를 만들어가니까, 손과 자에 의존하는 작도법과 가장 비슷한 방식이라 배우는 것도 빠르고, 항상 정확한 수치를 염두에 두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마야 polygon은 구,육면체,도넛,원통 등의 기본 입체도형에서 출발하고, 그 도형의 일부분을 당기고 밀고 붙였다 떼었다 하면서 형태를 만드는 방식이다. 찰흙으로 주무르는 것에 가장 가깝다고 볼 수도 있으려나. 또한 애니메이션 툴이다 보니, 곡면형태를 만들어내는 편리하고 다양한 방법을 제공하고, 형태의 해상도라거나, 꿀의 성질/청바지의 성질처럼 물성을 반영한 형태라는 식으로 캐드나 라이노에는 없는 형태의 지표를 제공한다. 근데, 모니터에서 보이는 것을 기준으로 밀고 당기면서 형태를 수정하기 때문에 수치를 잊게 되기 십상이다. 건축을 위해 사용하는 목적으로 본다면 단점이기도 하지만, 모든 순간에 최종적으로 눈에 보이는 형태를 가지고 디자인할 수 있다는 것은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캐드에서 평면 단면 열심히 그리고 막상 3d로 보면 추하거나 진부한 형태가 나오기 일쑨데 그런 단절감이 없다고 보면 되시겠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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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 스킨, 쪼커라는 세가지 어휘의 조합으로 하나의 종을 만들고, 이의 돌연변이를 어쩌구 저쩌구..."

이 생소한 스튜디오에서 나는 뭘 하려고 했던 걸까, 살짝 감을 잃었던 것도 같다. 괴상한 구조, 괴상한 껍데기를 만들긴 했는데, 그 다음에는 뭐 어쩌라는 거지... 스튜디오 브리프 이외에 혼자서키우고 있었던 야심이라고는 1. 마야 스튜디오에서 나오는 이미지의 클리셰(검정 혹은 공포영화 스타일 백그라운드, 슬리크한 금속 렌더, 백푸로 곡선곡면)를 벗어나 보겠다는 것 2.직접적인 매싱이 아니라 집적에 의존해서으로 형태를 만들어내는 것 (픽셀레이션 아님) 정도가 있었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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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나 가장 큰 한계라면, 이미지를 생산하는 것을 넘어서, 건축이 이야기할 수 있는 너무나 많은 문제를 모두 내쳐야 했다는 것. 극단적 형태주의로 몰아가기 위한 이번 스튜디오의 대전제였기는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좋은 건축은 모두들 많은 문제를 끌어안고 있는 관계로... 많은 장점이 있어야 한다기 보다는, 단 한가지라도 중요한 생각을 현실화하기 위해서 수많은 다른 문제들을 풀어냈을 때, 감상이 된달까. 학교라는 세팅은 기본적으로 짓는 것을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러나저러나 깊이가 얕긴 하지만, 디지털 스튜디오는 그 중에서도 가장 얕은 깊이를 자랑.. 종이장만큼의 "얕이"랄까. 렌더링시간, mesh quality 정도만 통과하면 나머지는 완전한 자유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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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킾니스/버나드츄미/스탠리타이거만 등등 쟁쟁한 리뷰어들이 이래저래 개뿔 망친 프레젠테이션을 잘 받아줘서 리뷰는 오케이.. 잘 간 건 아니고 패스 정도... 앞으로는 더 열심히 해서 훌륭한 건축가가 되겠습니다, 하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는... 그치만 마야 스튜디오는 다시는 안할래요... 
Posted by 모모씨